특파원 소식 14탄
특특특파원 소식 14탄은 ‘우울한 중국’ 시리즈 2탄으로 교통 문화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중국에 처음 가 본건 2006년이었고, 그 다음에 2010년에 출장을 가봤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장기출장형태로 가게되었죠. 장기출장이다보니 회사 길 건너편에 있는 호텔과 레지던스에서 약 8개월 가량 머물렀습니다. 호텔은 걸어서 10분, 레지던스는 걸어서 20분 정도 소요되는 곳이었죠. 출장자니까 차도 없고, 야근도 많고 해서 그냥 회사 근처에 있었습니다.
회사를 가려면 횡단보도를 1번, 지하도를 1번 건너야합니다. 지하도는 그렇다치고(여름에 냄새가 심한 것 빼고는 별문제 없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가 문제입니다. 저는 선진 문화 시민답게 녹색불이 켜지고 좌측을 확인하고 횡단보도로 걸어나갔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스쿠터가 몇대 지나갑니다. 저와의 거리는 깻잎 3장 정도. 중국의 스쿠터는 100% 전동 스쿠터입니다. 법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습니다. 제 아들 장난감이 뽀로로 자동차보다도 조용한 소리로 지나갑니다. 밤에는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고 지나가서, 밤길이 무섭습니다.
스쿠터만이 아닙니다. 난 분명 횡단보도의 중간을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차가 빵빵거립니다. 그렇습니다. 북경에 널리고 널린 Audi A6가 저의 뒤를 따라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습니다. 物我一體(물아일체)의 경지도 아니고, 마치 사람인양 건너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 녹색불이 켜졌음에도 차들이 마구 지나갑니다. 그리고 오히려 빵빵거리며 비키라고 합니다.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사주경계’라는 말을 아시죠. 군대에서도 해보지 않은 사주경계를 중국의 횡단보도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능력에 대한 무한함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해 몇 분씩 서있기도 했지만, 덕분에 저의 오감이 발달되었습니다. 청각의 발달은 스쿠터가 다가오는 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되었으며, 시각의 발달은 뒤에 눈이 없음에도 뭔가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오감뿐 아니라 Sixth Sense도 발달하여, 멀리서 오는 차가 나를 비켜줄지, 멈출지, 날 받을 기세로 계속 달릴 지를 알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어렵다는 중국의 운전면허 시험을 단 1번에, 그것도 96점이라는 아마도 LG그룹 역사상 최고 점수일 것으로 예상되는 우수한 점수로 합격한 저도 역주행하는 차를 처음 만날때는 온갖 쌍욕과 긴장감으로 식은땀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육감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 역주행 차량이 나타날지, 무단횡단자가 나타날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의 생각은 신호등은 거리를 밝혀주는 조명이며, 자동차의 깜빡이는 외관 디자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마저도 2008 올림픽 이후에 상당히 개선된 모습이라고 하더군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은 또 몰라보게 발전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도 ‘문명 사회 건설’을 하나의 통치 이념으로 내세우며, 교통 문화 발달에도 상당히 힘을 쏟습니다. 계몽 캠페인은 물론 범칙금 강화, 단속 강화 등을 통해 상당히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가끔 역주행 차량을 만나고 무단횡단자를 만나긴 하지만, 예전 만큼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제는 만나도 여유있게 썩소를 날려주며 피하곤 합니다. 이미 그럴 줄 알고 있었으니까요..
아직까지 위험한 건 역시 스쿠터입니다. 자동차 쌍라이트 키는 건 단속하는데, 안키고 다니는 건 단속을 안하더군요. 중국에 가게 되시면 특히 밤에 소리도 없이 접근하는 스쿠터 조심하세요.
오늘의 중국어는 조심해! 입니다. 조심해는 ‘小心‘(샤오신)입니다. 소심이라고 쓰지만, 우리말의 소심하다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중국에서 누군가가 ‘샤오신’이라고 하면, ‘조심해’라는 뜻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