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특파원 소식

특파원 소식 19탄

봄날의 숲 2016. 5. 31. 09:16

오늘은 제가 간만에 한국에서 장시간 운전한 이유로 중국의 운전 문화에 대해 말씀드리죠. 마침 어제 “중국에서 운전하기 힘드시죠?”라는 질문도 받았구요.

교통 문화에 대해서는 지난 번에 잠시 얘기한 적이 있지만, 오늘은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중국, 특히 북경, 상해의 큰 도로를 보면, 아니 꼭 큰 도로가 아니더라도, 도로 중앙선에 바리케이트 같은 걸로 막아 놓은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유는? 불법 유턴을 막기 위해서죠. 그냥 아무데서나 막 유턴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하자면, 저도 가끔 했습니다. 그리고 신호도 개판으로 안 지키고, 도대체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사고 한 번 나지 않고, 운전을 했는가? 과연 임재현은 운전의 신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하게도 그안에 그들만의 보이지않는 질서가 있습니다. 예전에 베트남의 호치민에 갔을 때 보니까 도로는 오토바이가 점령하고, 신호등 자체가 없는 길이 많더군요. 대체 여기서 길을 어떻게 건너냐고 물었었는데, 돌아온 답은 “그냥, 가던 속도대로 건너면 된다.” 였습니다. 그대로 건너면 알아서 다 피한다. , 속도를 줄이거나, 주위를 살피거나, 속도를 높이면, 사고 난다는 설명이었지요. 물론 중국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 속에 묘한 질서가 있습니다.

 

먼저 차선 변경시, 깜빡이는 키지 않습니다. 요즘은 그나마 좀 키는데, 잘 안 킵니다. 그리고 절대 양보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길을 막지도 않습니다. 오시던지 마시던지 알아서 피해서 들어가면 됩니다. 그 다음, 차타고 다니다보면, 엄청 빵빵 거립니다. 내 앞으로 들어왔다고 빵!, 내가 여기 있다고 빵!, 심심하다고 빵!, 고맙다고 빵! 그러나 누군가가 나에게 빵빵 거린다고 나도 빵빵 거리지 않습니다. 싸우지도 않습니다. 그냥 너는 빵빵거려라. 난 갈 길을 간다입니다.

 

그리고 쌍라이트 많이들 키고 다닙니다. 그렇다고 보복성으로 쌍라이트를 깜빡 깜빡하거나 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갓길로 운전들 많이 합니다. 그러나 갓길로 운전한다고 안 비켜주거나, 빵빵거리면서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북경에는 순환도로가 고속화도로로 발달해있는데, 2, 3, 4, 5, 6환이 있습니다. 저는 주로 3, 4환을 많이 이용하는데, 거기에 보면 올림픽 대로 출입구처럼 되어 있습니다. 출구로 들어오는 차도 많고, 입구로 나가는 차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걸 보고 아무도 뭐라하지 않습니다. 난 그저 나의 길을 갈 뿐이다…. 대륙의 기상이 느껴집니다.

 

중국의 운전 문화를 풍자한 개그가 있습니다. 어느 외국인이 중국인에게 물었답니다. 당신이 운전중이고 횡단보도가 빨간 불인데, 보행자가 길을 건너고 있다. 그럼 누가 먼저 지나가야 하느냐? 라구요. 중국인이 한 대답은 “내가 먼저 간다”입니다. 물론 중국인들이 하는 개그인데, 그 속에 심오한 뜻이 있습니다. ‘양보도 하지 않지만, 보복하지도 않는다’. 물론 가끔씩 보복 운전하는 사람들도 드물게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장담컨데, 한국보다 훨씬 적습니다. 전반적으로 아주 개인주의 문화가 심하다고 이해하면 될 거 같네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운전 환경이 험한 것은 사실입니다. 김명기 법인장님과 종종 같이 제가 운전해서 다녔는데, 김법인장님은 “난 여기서 운전 안할래”라고 하셨지요. 그리고 사고나면 처리가 힘듭니다. 반드시 경찰이 와서 확인해야하고(물론 아주 경미한 접촉 사고는 돈으로 해결하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교통 체증이 나기도 하죠. 그리고 가장 위험한 건 트럭들입니다. 북경은 출근 시간부터 낮 시간대에는 화물차 운행이 금지됩니다. 그러다보니 밤에 트럭들이 모두 몰려 다닙니다. 그리고 트럭이 사고내면(좀 크게 나서 사람이 다칠 정도가 되면) 다시 받아서 죽이기도 합니다. 중국법이 이상해서, 교통 사고로 인한 부상시 그 치료비와 향후에 발생할 비용까지 줘야하는 반면, 사망을 하게되면 잠시 감방 다녀오거나, 오히려 적은 돈을 물어주면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운전할 때 트럭들 조심하라고 한국 사람들끼리 알려줍니다.

 

오늘의 중국어는 没关系(메이꽌시)입니다. 이 말은 참으로 다양한 의미로, 정말 자주 사용되는 말입니다. 먼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상관없어. 아무 것도 아닌 일이야”라고 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광고주의 광고물에 오타가 나서 CR팀에 막 뭐라고 하면, CR팀에서 먼저 하는 말은 “메이꽌시”. 속터지는 말입니다. 그리고 단어의 사전적의미 그대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关系(꽌시)는 ‘관계’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두개의 사건이나 사람간의 관계가 뭐냐라고 물었을 때 아무 관계가 없다는 뜻으로도 메이꽌시가 사용됩니다. 그리고 뭔가 잘못되어서 이거 잘못되어서 어떻게 해요?(죄송한 표정으로)했을 때 “메이꽌시”라고 하면 “괜찮습니다”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말입니다. 또 교통사고가 나서 “많이 놀랬죠? 괜찮아요?”라고 물었을 때, 괜찮아요의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물론 이 경우는 没问题(메이원티, 문제 없다는 뜻)没事儿(메이셜)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이런 것도 지방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남방에서 많이 쓰는 말과 북방에서 많이 쓰는 말이 다르죠. 영어도 그렇듯이… “메이셜”은 직역하면 “일이 없다”라는 뜻입니다. 조선족 분들과 대화하다보면, 괜찮다는 뜻으로 “일 없슴네다”라고 하시는 걸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이 뜻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