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뭘 할까… 생각하던 중, 사내에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보니, 미처 인사드리지 못한 분들을 몇 분 만났습니다. 그분들이 공통적으로 물어보시는 주제는 단연 ‘미세먼지’.
오늘은 미세먼지에 대해 얘기해보려합니다.
Episode 1.
중국에 간 첫해 초겨울 어느날.
야근을 하기 위해 저녁을 먹고 회사 건물(LG트윈타워) 뒤에서 바람을 쐬고, 다른 분들 담배도 필 겸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아니! 주변은 연기가 자욱하고, 뭔가를 태운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는 아래와 같은 대화가 진행됩니다.
임 : 근처에 불 났나봐요
이(32, 디자이너, 한국인) : 그러게요.
임 : 그런데, 소방차 소리가 안 들리네요.
이 : 그러게요. 조용하네요.
임 : 이정도 냄새면 꽤 큰 불이 난 거 같은데…
Episode 2
에피소드 1이 있고나서, 2달 정도 후, 집을 구하기 위해 집을 보러 다니고 있었습니다. 마침 찾아간 집에 한국인들이 살고 계시더군요.
임 : 그런데 왜 이사 가려고 하시는거에요?
전거주자 : 동네에 쓰레기 소각장이 있는 거 같애요. 그래서 아예 다른 단지로 가려구요.
임 : 그래요?
전거주자 : 네. 쓰레기 태우는 냄새 엄청 나요.
위의 에피소드는 실제로 제가 직접 겪은 것들입니다. 각색도 없고 가감도 없습니다. 두 에피소드의 공통점은 ‘태우는 냄새’. 이 태우는 냄새의 정체는 얼마 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중국인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바로 ‘난방 보일러를 위해 석탄을 때는 냄새’ 였습니다. 회사 근처에 불이 난 적도 없고, 집 주변(결국 제가 그 집에서 2년 살았습니다)에 쓰레기 소각장도 없습니다. 모두 동네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태우는 석탄 냄새였습니다.
2011, 2012, 2013년은 중국 미세먼지 역사에도 기록될만큼 미세먼지가 지독했던 해입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한국은 100넘으면 더럽다고 난리지만, 중국에서는 100정도 되면, 아줌마들 카카오톡이 마구 울립니다. “공기 깨끗해졌어요. 환기 시키세요”라고.. 그 때는 보통 3~400이고 높으면 측정 불가라고 나옵니다. 미국 대사관 자료를 보면 1,000이 넘은 날도 있고, 2,000넘은 날도 있습니다. 500정도가 되면 잘 보이던 건물이 사라지곤 했었죠. 태양도 사라지구요. 아래 2장의 사진은 법인 사무실 제 자리에서 촬영한 것으로 둘 다 대낮에 찍은 사진입니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대기가 매우 건조하여, 바람이 불면 확 사라집니다. 위의 오른쪽 사진이 바람 분날이죠. 잠시 고등학교때 배운 지리 수업의 내용을 돌아보면, 극동아시아는 겨울에 시베리아기단의 영향을 받아, 북서풍이 불지요. 그 북서풍이 불면 미세먼지를 모두 대한민국으로 날려버리는 겁니다. 이렇게 바람부는 날에는 뉴질랜드 수준의 공기입니다.
그러다가 2014년에 먼지 때문에 난리가 납니다. 언론에서도 떠들고, CCTV 앵커 출신이 다큐도 만들어서 화제가 되죠. 더 이상 인민의 압박을 이기지못한 중국 정부에서 강력한 대책을 내 놓습니다. 그래서 2014년부터 석탄때는 아파트들 기름이나 가스로 교체해주고, 너무 더러운 날에는 공장 문 닫게하고, 승용차 2부제 하고.. 그럽니다. 또 작년에는 전승 70주년 행사한다고 계속 공장 문 닫고, 화물차 못다니게 하고, 승용차 2부제 했더니 “여기는 베이징인가, LA인가..”라는 말도 나오죠. 이후에 베이징 시정부와 국가 등의 노력으로 최근에는 많이 깨끗해졌습니다.
그리고 봄철에 황사 걱정하시는데, 북경에는 황사는 거의 없습니다. 작년에도 단 하루 황사가 있었는데, 황사 오는 날에는 하늘이 오렌지색입니다. 환타 있죠. 바로 그 색. 법인 사무실에 있으니 “아.. 내가 환타병안에 잠수함을 타고 들어가면 이런 기분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중국내에서 북경이 가장 심한가? 라는 것에 답을 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북경은 그래도 관리 많이 하니까, 그나마 낫구요. 가장 더러운 도시로 대표적인 곳이 스좌장(석가장), 시안(서안), 난징(남경), 션양(심양) 등이 있습니다. 모두 내륙에 속하며, 공업이나 탄광업이 발달한 곳이죠. 거기에 비하면 베이징은 청정지역이라고 합니다.
오늘의 중국어는 미세먼지 입니다. 雾霾라고 쓰고 ‘우마이’라고 읽습니다. 미세먼지가 너무 많다는 雾霾太多(우마이타이뚜어)나 雾霾严重(우마이얜종)이라고 합니다.
궁금하신 것 있으면 물어보세요. 다음에 소식 전해드리지요.
다음 주 월요일은 휴재합니다. 중국에서 미세먼지와 함께 이삿짐이 들어오는 날이라서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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