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특파원 소식 68탄입니다.
이 소식을 받으시는 여러분 모두 PT때문에 바쁘시죠. 저도 무척 바쁘지만, 잠시 뇌도 휴식할 겸, 또 다른 생각을 하다보면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까하여 키보드를 잡습니다.
그간 소재가 떨어져서 고심고심했는데, 사람들과 얘기하다보니 떠오른 소재가 있어, 오늘은 그 소재로 진행하려구요. 다름 아닌, 중국이 한국보다 오히려 더 자본주의적이라고 생각될 때.. 입니다. 누군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한 외국인(학자거나 작가거나)이 이렇게 말했었죠. “한국은 집단과 전체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서 공산주의가 엄청 발달할 수도 있는 민족이다.” 지금은 자본주의의 부패의 끝을 보여준다는 CNN의 평가도 받는 나라이긴하죠. 왜 이렇게 되어쓰까…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거에요.
아무튼 중국은 등소평의 개방 정책이후, 적극적으로 자본과 문물과 기술을 받아들입니다. 유학도 적극 권장하는 반면, 유학하고 돌아와서 조국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해주죠. 호구를 준다던가, 주택 구매시 혜택이라던가 등등.. 아무튼 현재의 중국은 어느 한편으로는 공산주의 국가가 맞나 생각이 들 정도로 자본주의의 향을 강하게 띄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정치 체제는 사회주의이고, 경제 체제는 자본주의라고. 이 자본주의의 향이 강하게 나는 몇가지 소소한 사례들 말씀드리겠습니다.
1. 임금 격차
중국의 경우, 사기업은 철저하게 성과제입니다. 성과가 있으면 말도 못하게 높은 임금을 받고, 성과가 없으면 바로 짤리거나 말도 못하게 낮은 임금을 받습니다. 그러다보니 임금 격차가 엄청나게 납니다.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소득 격차가 2위이고, 미국이 1위죠. 아마도 중국이 OECD 가입한다면 우리나라는 3위로 밀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중국 광고회사 사람들을 종종 만났는데, 그 사람들 만나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중국인의 때깔이 아닙니다. 차는 최소 벤츠, 아우디 타고 다니고, 옷도 다 명품입으시고, 영어도 다들 너무 잘 하시고…. 광고회사 뿐 아닙니다. IT기업이든 어떤 기업이든 조금 올라갈수록 임금이 몇 배씩 뛰다보니 임금이 매우 높습니다.
반면, 대졸 초임은 100만원 정도, 금융권이 높다고 하나 그래봐야 월 180만원 내외 정도되니, 임금 격차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그나마 괜찮은 회사를 다닐 때 얘기입니다. 회사 근처 식당에서 종업원 구하는 공고가 자주 뜨는데, 초임은 2천위안입니다. 한국돈으로 35만원. 점장정도 되어야 100만원 정도 됩니다. 우리 집에서 보모하시던 분 월급도 72만원 정도. 단순 노동직이나, 성과가 나지 않는 업종의 연봉은 아직 형편없습니다. 거기서 올라도 별로 안 오르겠지요. 그러다보니 미국 뺨치는 빈부격차가 생긴겁니다. 이 임금격차가 중국에서도 큰 사회문제로 여겨지며, 중국 정부에서도 이걸 줄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정부의 정권 유지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오죽하면 시진핑 주석이 “있는 놈들 그만 좀 해먹어라”라는 뜻의 말을 했을까요. 당연히 시주석이 저렇게 얘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해마시길..
2. 철저한 능력제
중국에서 미용실을 가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있습니다. 예약했냐, 어느 샘이냐.. 이런 거 말구요. 샘이 없다고 하면, 얼마짜리 샘한테 할래라고 묻습니다. 처음에는 잘 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다시 물었더니 150위안 짜리 샘, 120위안 짜리 샘, 88위안짜리 샘, 68위안짜리 샘, 38위안짜리 샘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같은 미용실이어도 샘의 경력과 기술에 따라 가격이 다 다른 것이었습니다. 중국인 직원에게 물었더니, 이걸 왜 묻냐라는 반응이더라구요. 당연히 능력에 따라 다르게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였습니다. 미용실 뿐 아닙니다. 마사지 샵에 가도 샘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이렇게 서비스업에서 여러 직종이 이런 방식의 요금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3. 공덕동 따블! 기능
과거 택시잡기 힘들던 시절, 음… 저도 여러분들하고 같은 연배니까, 할아버지한테서 들은 얘기입니다만, 공덕동 따블! 을 외치며 택시를 잡던 시절이 있습니다. 물론 불법이라 정부에서 단속해서, 모두 없어 졌지요…라고 아버지께 들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택시 앱인 ‘디디다처’나 ‘콰이디다처’에는 이 기능이 있습니다. 택시가 잘 안 잡힐 때, 추가 금액을 입력할 수 있으며, 확실히 이걸 입력하면 빨리 잡힙니다. 철저하게 시장 원리인 수요 공급의 법칙(law of demand and supply , 需要供給─法則)을 따른 것이죠. 그래서 저는 퇴근 시간에 택시 잡을 일이 있으면, 10위안(약 1,700원 정도)를 추가로 입력합니다. 그러면 그나마 좀 더 빨리 잡힙니다.
이 외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느낀건, 어떻게 보면 더 자본주의적이기도 하거니와, 더 합리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규제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너무 올라가는 사람 발목 잡는 건 아닌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의 중국어는 差不多(차부두어)입니다. 중국에서 참 여러가지 뜻으로 많이 쓰는 말입니다. 직역하면 ‘차이가 크지 않아요’ 라는 뜻인데 몇 가지 뜻으로 쓰입니다. 몇가지 상황으로 설명드리면,
1. 둘이 키를 재고 있는데, 비슷할 때 차부두어라고 합니다.
2. 일이 다 되었냐고 광고주가 재촉할 때 거의 다 되었다는 뜻으로 차부두어라고 합니다
3. CR팀에 OT할 때, 다 알아들었냐고 물어봤는데, 거의 다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차부두어라고 합니다
4. 이 집은 짜장이 맛있냐, 짬뽕이 맛있냐고 물었는데, 그게 그거일 때 차부두어라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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