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재현입니다.
특파원 소식 4탄은 어제에 이어 "중국이 한국보다 앞서있다구?"라는 주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솔직히 한국의 O2O 시장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이용을 얼마나 하는지, 어떤 서비스가 있는지 자세하게 알지 못합니다. 한국에 기껏해야 1년에 10일 정도 체류하는데,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었죠. 소비자로서는요. 다만, 개인적인 호기심과 업무 때문에 아주 아주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제가 중국에 발령받아 온 2012년에 이미 O2O가 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따종디엔핑이 맛집, 호텔, 여흥 검색 + 소셜커머스 형태로 활발히 서비스 중이었고, 곧이어 디디다처(현재는 디디추항으로 이름을 바꾸고, 택시뿐 아니라, 버스 대여, 대리운전, 운전면허 시험준비 등도 서비스합니다), 콰이디다처 등의 택시 앱이 나왔죠. 카카오 택시보다도 훨씬 먼저 나왔습니다. 그리고 배달의 민족보다 진보적인 형태인 Sherpa's Delivery라는 앱도 있었구요. 배달의 민족은 - 제가 잘 모르는 걸 수도 있습니다 - 그냥 연결만 시켜주는 앱이지만, 셔파스 딜리버리는 배달이 안되는 식당에 찾아가서 사서 배달을 해주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이 시장도 이제는 얼러머, 바이두와이마이 등의 앱이 추가로 진출하면서 엄청나게 커졌구요.
이뿐 아닙니다.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즈푸바오라는 것이 있어서 간편 결제가 가능했습니다. 즈푸바오는 타오바오에서 만든 것이고, 이어서 QQ(텅쉔)에서 웨이신즈푸라는 것도 만들죠. 중국의 가게에서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모습은 예전에 저에게 충격이었습니다. 된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을 한국에서는 거의 못 봤거든요.
이렇게 모바일은 중국 소비자에게는 이제는 뗄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이 되었습니다. 맥킨지에 의하면 중국 소비자의 71%가 o2o 서비스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이 대부분이 모바일이구요. 어제도 말씀드렸다시피, '태양의 후예'같은 영상 시청도 이제는 모바일이 더 많습니다. 타오바오에서 작년 11월 11일 하루 매출이 16조 정도 되었는데, 모바일이 50%가 넘었구요.
그러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o2o가 나옵니다. 기존의 중국 인터넷 3대장인 바이두, 알리바바, 텅쉔(QQ) 말고도 위에 말씀드린 얼러머 같은 앱과 같이 청년들이 창업해서 성공하는 서비스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몇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위의 인터넷 3대장이 모두 어떤 모기업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모두 새로 창업한 회사들입니다. 3대장 말고도 수많은 서비스들이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창업해서 성공한 서비스들입니다. 이러한 성공신화들이 있다보니,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좋은 서비스들,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죠. 이런 면에서는 부럽습니다. 금수저가 아니면 성공하기 힘든 어떤 나라와는 달라서요.
두번째로는 창업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중관촌이라는 곳에 가면 창업 카페들이 무지 많습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일을 하고 정보 교류도하고 합니다. 사무실이 없는 사람들은 사무실같이 이용도 하고, 물론 밥도 먹구요. 여기서 의기투합해서 창업하기도 하고 그러는 거죠. 창업 카페도 있지만,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사무실을 헐값에 이런 청년들에게 임대해주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창업 관련해서 지원해주구요. 여러모로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는 어두운 측면입니다. 대졸자들이 취업이 안됩니다. 북경에서만 1년에 10만명의 대졸 미취업자가 발생합니다. 다른 도시라고 해서 낫지도 않구요. 청년 실업 문제는 중국에서도 심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취직도 안되는데 창업이나 해보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죠.
이러 저러한 이유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실현되고 있는 곳이 중국입니다. IT 강국 대한민국? 그건 아무래도 정보 홍보물이나, 기레기들의 기사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네요. 싸이월드 이후 뭐하나 우리나라에서 독창적으로 만든게 있나 싶습니다. 혹자는 곧 중국의 IT가 한국을 넘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의견에 반대합니다. 이미 앞서 있는 것 같습니다. 옆에 붙어있긴 하지만, 워낙에 작은 나라니까 건드리지 않을 뿐이겠죠. 법인 디지털팀의 손호진 국장님도 저와 의견을 같이하구요.
아직 아주 쪼금 앞서 있는 분야는 하드웨어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제 느낌으로는 1년도 안 남았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 휴대폰 브랜드를 테스트용으로 몇개 구입했는데, 와... 이건 따라잡았다 수준이 아니라, 더 잘 만듭니다. 샤오미만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샤오미는 약간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화웨이, 레노버, 비보, 쫑싱 등은 그렇지 않거든요. 삼성이 재작년 상반기까지 휴대폰 1등 하다가 추락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혹자는 저에게 이럽니다. "중국에 몇 년 살더니, 사대주의에 물든 거 아니냐"라구요. 그런데 와서 보시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정말 국뽕은 빨리 걷어 치우고, 현실을 자각하는 것만이 미래의 살 길이라 생각됩니다.
谢谢。再见。周末愉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