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특파원 소식 63탄이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입동을 맞이하여, 중국(베이징)의 월동 준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2012년 11월 2일, 저는 기온이 급격히 내려간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겨울 이불로 교체했습니다. 하지만 어제까지도 그리 두껍지 않은 이불을 덮었기에 겨울 이불 중에서는 가장 얇은 이불을 준비중이었죠. 잘 준비를 다 하고는 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잠이 들면 아기가 ‘애미 애비 잃은 자식’처럼 울어도 절대로 깨어나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날만은 달랐습니다. 겨울이불이라고 덮었지만, 너무 너무 추워서 잠을 깨고 만 것이죠. 저는 이불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불이 너무 얇은 것이었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든 저는 이불 껍데기의 지퍼를 열었습니다.
아뿔싸! 그 이불은 속없는 만두마냥, 안에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이불 커버만 덮고 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제까지 덮었던 이불보다는 두꺼운데, 이렇게 추울수가 있나… 하며 바닥에 발을 내딛는 순간! 마치 얼음장을 연상시키는 듯한 차가운 바닥에 발가락이 오그라들었습니다. 결국, 어제 덮었던 이불과 새로 꺼낸 이불 껍데기를 겹쳐서 덮고는 피난민 마냥 달달 떨면서 잠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한국에서 오신 CD님과 IKEA가서 오리털 이불 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는 Wal Mart가서 전기 장판을 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날이 추워져서, 달달 떨면서 잠을 잔 기억이 있습니다.
위 얘기는 200% 실화로, 북경 인근 지역은 가을이 무척이나 짧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마찬가지로 봄도 무척 짧아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해가 안 가는게 있으시죠? “난방을 때면 되는거 아냐??”라는 의문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설마 난방도 안되는 아파트에 산거야?? 라고 물어보고 싶으시죠? 당연히 난방 되는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심지어 난방이 너무 잘되어서, 한 겨울에 나시 입고 지내고, 찬 바람 쐬러 창문 열고 자거나, 복도에 나갔다 온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 난방이 나오는 시기가 정해져있습니다. 법까지는 아니더래도 시조례 정도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북경은 11월 15일 ~ 3월 15일까지만 난방이 가능합니다. 그 전해에는 레지던스에 살아서, 그런 게 없었는데, 아파트로 들어오자 그걸 몰랐던 거죠.
중국, 베이징에서의 첫번째 월동 준비는 11월 초와 3월 말의 보리고개 같은 추위를 넘길 난방 기구의 구매입니다. 그래서 전기로 된 라디에이터 그릴 같은 걸(暖器, 누안치) 많이 팔고, 저도 사서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국 들어오면서 홍서연 국장님께 넘기고 왔습니다. 전기 장판도 있지만, 저는 불편하더라구요. 이거 틀어놓으면 방 하나 정도는 따뜻해집니다.
11월 15일이 되면 난방이 시작하지만, 보통은 그 전에 시작하기도 합니다. 기온이 너무 떨어지면, 며칠 앞 당겨 틀어주기 시작하죠. 그런데 난방이 키기 시작하면,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온돌이 아니라 뜨거운 공기를 내뿜는 방식이라 너무 너무 건조해지는게 문제입니다. 이건 레지던스에 살던 시절에도 몸소 겪을 것이라, 에어워셔를 2대, 가습기를 1대 사놨었습니다. 이것이 베이징에서의 월동 준비 2번째입니다. 하루 종일 에어워셔와 가습기를 돌려도 집안 습도가 30% 정도 밖에 안됩니다. 샤워하고 나서 스팀빠져나가라고 환풍기 틀죠? 베이징에선 안 틀었습니다. 그 습기라도 방으로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원하다보면 우주의 기운이 모아져서 베이징에 비를 내려 주실까…해서요. 공기가 좋아 환기라도 시키고 나면 습도가 20% 이하로 떨어지는 정도니, 가습기는 정말 너무나 필수적입니다.
세번째 월동 준비는 역시 건조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건조하다보면 얼굴이 땡기는 건 물론이고, 온 몸이 간지럽죠. 제 와이프는 게다가 건조한 피부라 발바닥이 갈라지고, 피가 날 정도였습니다. 세번째 월동 준비는 각종 보습제제입니다. 보습 크림 + 마스크팩 + 손팩 + 발팩 정도는 갖춰줘야 아… 좀 촉촉히 살겠구나.. 싶은 거죠. 사실 진짜 너무나 레알 건조해서 보습 크림을 떡칠하고, 수시로 발라줘도 해결이 잘 안 됩니다. 저는 극지성 피부인데, 그래도 보습 로션 발라주고, 손, 발팩을 가끔은 해줘야 할 정도였습니다. 중국에서 중국 애들 겨울에 다니는 것 보면, 춥고 건조해서 볼이 다 빨갛고 터져있습니다. 반면 한국 엄마들은 그걸 용납치 않으니, 뽀얗고 안 터져있죠. 겨울에 한국 애기인지, 중국 애기인지 구분하는 법 중에 하나가 볼이 빨간지 보면 됩니다. 하루는 쇼핑몰에서 애기 데리고 가는데, 중국 젊은 연인들이 애기가 너무 이쁘다며, 어떻게 이렇게 겨울에 하얄수가 있냐…. 고 하더군요. 우리 애가 하얗기도 하지만, 보습왕 아빠(비염이 있어, 건조한 거에 민감한 편입니다, 제가. 후후)의 인텐시브한 케어로 뽀얀 피부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혹 겨울에 베이징에 가시면 보습 크림 왕창 챙기세요.
오늘 전화 중국어 하면서 한국 정치 상황 얘기가 나왔는데, 중국인 샘이 묻더군요. “혹시, 지금 대통령이 여자여서 더 이러는 면은 없는가? 여성이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말이지..”라고 하길래, 절대로 절대로 그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몇가지 얘기했는데, 제가 ‘모순’이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모순은 중국어로 矛盾이라고 쓰고 ‘마오둔’이라고 읽습니다. 말 그대로 모순이라고 쓴 겁니다. 예전에 특파원 소식에서 중국은 문화혁명 이후, 고사성어를 많이 쓰지 않으며, 우리보다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단어는 아주 아주 많이 쓰이는 단어입니다. 오늘의 중국어는 지금의 시대 상황에 맞는 단어로 알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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