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특파원 소식. 오늘 64탄은 光棍节(꽝꾼지에) 기념판입니다.
중국에는 몇 번의 쇼핑 특수일이 있습니다.
년초에는 음력 설인 春节(춘지에)가 있구요, 3월 15일에 소비자의 날(消费者节)이 있습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은 劳动节(라오동지에)가 있고, 중국 제2의 온라인 쇼핑몰인 京东(징동)의 年中大促(니엔종따추)가 6월 18일입니다. 그리고 중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라 불리는 光棍节(꽝꾼지에)가 11월 11일입니다. 이중, 가장 큰 규모로 할인이 들어가는 건 역시나 꽝꾼지에이며, 니엔종따추가 최근 급 부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두가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꽝꾼지에에 대해서는 과거에 잠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까먹으셨거나, 궁금하신 분은 옆의 링크를 눌러주세요. http://jhwoods.tistory.com/search/%ED%83%80%EC%98%A4%EB%B0%94%EC%98%A4
오늘은 좀 더 자세히 설명을 드리지요. 중국 최대의 쇼핑몰은 잘 아시는 마윈 회장의 알리바바 그룹이 가지고 있는 타오바오입니다. 사실 타오바오는 오픈 마켓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11번가, 지마켓이죠. 이 타오바오의 자매 쇼핑몰이 Tmall입니다. 티몰은 Hmall, 롯데닷컴, GS쇼핑몰 같은 쇼핑몰입니다. 꽝꾼지에는 이 알리바바 그룹의 타오바오 & 티몰의 창립 기념일입니다. 이를 기념해서 세일을 시작했는데, 할인율이 50%는 기본이고, 진짜 90%까지 가는 물건들도 꽤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지요.
2013년 11월 10일 밤 11시 24분. 저와 와이프는 애들을 재우고나서 노트북을 켜고 숨을 죽이며 앉았습니다. 마우스는 혹시나 생길 접속 불량이나 배터리 없음에 대비해서 유선 마우스로 교체했고, 전원도 이상없이 꽂혀있나 확인했지요. 그리고 배터리 잔류량을 확인하여 90% 이상 남은 것을 확인하고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끄떡끄떡했습니다. 물은 한 컵 담아왔는데, 이 역시도 엎어져서 노트북이 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뚜껑이 덮힌 컵으로 준비했습니다. 이제 외부적인 준비는 다 끝난 것 같습니다. 만약 애가 깨서 울 경우에 프로로콜도 모두 예행 연습했으며, 밥도 든든히 먹어 두었습니다. 이제 타오바오에 접속해서, 미리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물건 리스트를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이상이 없습니다. 찜을 해 놓지 않고, 그때 그때 들어가서 주문을 한다면, 100% 쇼핑에 실패할 것이 뻔 합니다. 마지막으로 결제를 위한 휴대폰 배터리와 알리페이(알리바바의 간편 결제 솔루션) 구동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이제 2억명의 네티즌과 싸울 준비는 모두 끝났군요.
시계는 11시 59분을 가르키고 있었고, 혹시나 1분 정도 먼저 세일을 오픈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주문하기를 눌렀습니다. 당연히 아직 기간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뜨더군요. 8,7,6,5,4,3,2,1초. 12시가 되었습니다. “오빠, 눌러!”의 외마디 외침과 함께 광클릭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소에는 빨딱빨딱 뜨던 페이지가 엄청 느립니다. 2시간 같은 2초가 지나고 뜬 페이지에는 ‘재고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결제중인데, 결제하지 않는다면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사실상 이미 늦었다는 메시지입니다. 그래도 만에 하나 결제하지 않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이라는 희망으로 다시 새로고침, 결제하기를 눌렀습니다만, 결국 처음에 담았던 물건들은 단 하나도 살 수가 없었습니다. 2억명에게 지고 만 것입니다. 새누리당의 십알단, 일베충보다 몇십배, 몇백배 많은 네티즌을 제가 혼자 감당할 순 없었겠죠. 꿩대신 닭의 심정으로 할인율이 낮은 몇가지 제품만 건질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출근했더니 단연 화제는 꽝꾼지에 쇼핑이었습니다. 누구는 뭘 건졌다. 누군 뭘 득템했다… 이러던데 제 내공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2014년에는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할인율이 90%에 육박하는 미끼 상품은 어차피 못 건지니, 차선책을 노리기로요. 7~80% 대의 상품들을 집중 공략했고,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득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갭, 자라에서 애들옷, 홀리스터, 아메리칸 이글에서 와이프와 제 옷을 건졌고, 다른 몇가지 생활용품들을 건졌습니다. 알고보니 전년도에 비해 물건을 많이 풀었다고 하더군요. 이 때문에 브랜드들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답니다. 결론적으로 알리바바는 작년 꽝꾼지에 하루 동안 16조 5천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전체 매출의 약 8배에 해당하는 매출입니다. 그리고 이날 매출의 50% 이상이 모바일로 발생했습니다.
2009년에 시작되어 폭발적으로 성장한 꽝꾼지에를 벤치마킹하여, 밀크티녀의 남편, 리우창동이 소유한 징동에서도 자기네 창립 기념일에 이런 쇼핑 행사를 하게됩니다. 그것이 니엔종따추입니다. 니엔종따추의 뜻은 ‘1년의 중간에 하는 큰 세일’이라는 뜻입니다. 일단 제품군이 티몰보다 다양하지 못하고, 징동의 가격이 비교적 비싼 편이라 저는 하나도 사지 않았습니다. 밀크티녀를 앗아간 남자들의 원수 리우창동이 미워서 그러는 거 절대 아닙니다. 그냥 느낌적인 느낌이 싫습니다. 오너가… 나이도 저랑 비슷하던데… 게다가 저보다 훨씬 늙어보이더만.. 그리고 이혼남인데! 결정적으로 징동은 QQ 연합군에 속하는 터라, 위에 말씀드린 ‘알리페이’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 산거지 밀크티녀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징동의 니엔종따추는 알리바바와는 차이가 꽤 나는 실적을 기록합니다. 올해 6월 18일에 6천1백억원 정도의 매출로 알리바바와는 20배 이상 차이가 나죠. 제품 구색이나 가격등의 핸디캡 때문이지만, 그래도 원래 규모에 비해서는 잘 된거라고 하네요.
금주 금요일이 11월 11일 꽝꾼지에입니다. 저는 살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고 직구를 할지, 말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이렇게(온라인은 아니지만) 쇼핑을 하러 가다라는 중국어는 逛街(꽝지에)입니다. 꽝은 돌아다니다라는 뜻이고, 지에는 길거리라는 뜻인데, 쇼핑하러 돌아다니다라는 뜻입니다. 逛商店(꽝샹디엔)도 같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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